새 하드디스크를 꽂았는데 용량이 광고보다 작게 나옵니다. 해외 레시피를 따라 했는데 반죽이 이상합니다. 미국 사이트에서 본 연비가 감이 안 옵니다.
셋 다 같은 문제입니다. 단위 변환은 곱하기 한 번이라 틀릴 게 없어 보이는데, 실제로는 "어느 쪽 기준으로 곱했는가"에서 갈립니다. 이 글은 그 갈림길을 정리한 것입니다.
1. 🔴 1TB가 931GB가 되는 이유
가장 많이 겪는 일부터 보겠습니다. 잘못 표기된 것도, 용량을 떼먹은 것도 아닙니다. 두 곳에서 서로 다른 기준을 쓰고 있을 뿐입니다.
| 누가 | 1KB를 몇 바이트로 보나 |
|---|---|
| 하드디스크 제조사 | 1,000 (10진수) |
| 운영체제 | 1,024 (2진수) |
제조사가 말하는 1TB는 1,000,000,000,000바이트입니다. 이걸 운영체제 기준으로 나누면 이렇게 됩니다.
1,000,000,000,000 ÷ 1024 ÷ 1024 ÷ 1024 = 931.32
931GB. 약 7% 차이인데, 용량이 커질수록 눈에 띄게 벌어집니다. 1GB짜리 파일도 같은 이유로 0.931GB로 보입니다.
어느 쪽이 맞느냐고 하면 둘 다 맞습니다. 제조사는 국제단위계(SI)의 접두어 규칙을 그대로 따른 것이고(킬로는 1000), 운영체제는 메모리 주소가 2의 거듭제곱이라 1024를 쓰던 관행을 이어온 것입니다. 이 혼란을 없애려고 2진수 쪽을 KiB·MiB·GiB(키비바이트·메비바이트·기비바이트)로 따로 부르자는 표준이 있지만, 윈도우는 여전히 1024로 계산해 놓고 이름은 GB라고 씁니다.
그래서 "내 디스크가 이상한가?"의 답은 거의 항상 아니오입니다.
2. 온스는 무게일 수도 부피일 수도 있다
이건 이름이 겹쳐서 생기는 함정입니다. 영어로도 둘 다 oz라고 씁니다.
| 어느 온스 | 값 |
|---|---|
| 무게 온스 (oz) | 28.35g |
| 액량 온스 (fl oz) | 29.57mL |
숫자가 비슷해서 더 위험합니다. 바꿔 써도 결과가 그럴듯하게 나오거든요.
물이라면 1mL가 약 1g이라 우연히 비슷하게 맞습니다. 그런데 밀가루나 기름처럼 밀도가 다른 재료에서는 완전히 어긋납니다. 밀가루 8온스를 무게로 재면 227g이고, 액량으로 읽어 컵에 담으면 약 130g입니다. 거의 두 배 차이입니다.
레시피에서 구분하는 법은 간단합니다. fl oz라고 적혀 있으면 부피, 그냥 oz면 대개 무게입니다. 고기·치즈·밀가루는 무게, 우유·기름·물은 부피라고 보면 대체로 맞습니다.
3. 갤런과 컵은 나라마다 다르다
같은 이름인데 값이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 단위 | 미국 | 영국 |
|---|---|---|
| 갤런 | 3.785L | 4.546L |
영국 갤런이 약 20% 큽니다. 미국 연비(mpg)와 영국 연비를 그대로 비교하면 20% 틀리는 이유가 이겁니다. 같은 차가 영국 기준으로는 연비가 더 좋아 보입니다.
컵도 마찬가지입니다.
| 어느 컵 | 값 |
|---|---|
| 미국 (법적 기준) | 240mL |
| 미국 (관습) | 236.6mL |
| 한국·일본 계량컵 | 200mL |
한국 계량컵으로 미국 레시피를 따라 하면 매번 20%씩 적게 넣게 됩니다. 물이나 우유는 티가 잘 안 나지만 베이킹처럼 비율이 중요한 요리에서는 결과가 달라집니다.
이 글의 단위 변환기는 미국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영국 단위가 필요하면 위 값으로 한 번 더 환산해야 합니다.
4. 🔴 온도는 곱하기가 아니다
이건 성격이 다른 함정입니다. 길이·무게·부피는 전부 비율이라 0에서 시작하지만, 온도는 0의 위치가 서로 다릅니다.
°F = °C × 1.8 + 32
뒤에 붙은 +32 때문에 다음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 섭씨 | 화씨 |
|---|---|
| 20°C | 68°F |
| 40°C | 104°F (136°F가 아님) |
섭씨는 두 배가 됐지만 화씨는 1.5배가 조금 넘습니다. 그래서 "기온이 2배로 올랐다"는 말은 온도에서 성립하지 않습니다. 어느 눈금으로 재느냐에 따라 배수가 달라지니까요.
같은 이유로 온도 차이를 환산할 때는 +32를 빼야 합니다. "5도 올랐다"를 화씨로 옮기면 5 × 1.8 = 9도 상승이지, 5 × 1.8 + 32 = 41이 아닙니다. 온도 자체와 온도 차이는 다른 계산입니다.
절대온도(K)는 반대로 0의 위치가 물리적으로 정해져 있어서(-273.15°C) 비율 계산이 성립합니다. 과학 계산에서 켈빈을 쓰는 이유가 이겁니다.
5. 기준이 숨어 있는 단위들
값이 하나로 안 정해지는데 그냥 하나를 골라 쓰는 단위도 있습니다.
마하 — 흔히 340m/s로 계산하는데, 이건 해수면 기준입니다. 소리의 속도는 공기 온도에 따라 달라져서, 여객기가 나는 고도 11km쯤에서는 약 295m/s로 떨어집니다. 같은 마하 1이라도 고도에 따라 실제 속도가 다릅니다.
1년 — 계산기에서 보통 365일로 잡습니다. 윤년이 빠져 있어서 실제 태양년(약 365.2422일)보다 짧습니다. 하루 이틀 단위는 무시해도 되지만, 수십 년을 곱하는 계산에서는 며칠씩 어긋납니다.
한 달 — 아예 정의가 없습니다. 28일부터 31일까지 있으니 "3개월 뒤"를 초 단위로 계산하면 어느 달을 지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날짜 계산은 단위 변환이 아니라 D-Day 계산기처럼 달력을 아는 도구에 맡기는 게 맞습니다.
6. 정리하면 이렇게 확인합니다
- 디스크 용량이 작아 보이면 정상입니다. 1000 vs 1024 차이이고 1TB는 931GB로 보이는 게 맞습니다
oz를 만나면 무게인지 부피인지 먼저 봅니다.fl oz면 부피입니다- 갤런·컵은 어느 나라 기준인지 확인합니다. 영국 갤런은 미국보다 20% 큽니다
- 온도는 비율이 아닙니다. 온도 자체와 온도 차이는 계산이 다릅니다
- 마하·1년·한 달처럼 기준이 숨은 단위는 그 기준이 내 상황에 맞는지 봅니다
바로 환산하고 싶다면 단위 변환기를 써보세요. 길이·무게·온도·부피·속도·시간·데이터 7가지 분류를 한 화면에서 오갈 수 있고, 온도는 위에서 설명한 대로 비율이 아니라 별도 공식으로 계산합니다. 데이터 용량은 1024 기준이라 운영체제가 보여주는 값과 같습니다.
하루 물 섭취량을 컵으로 환산하려면 수분 섭취량 계산기가, 기간을 날짜로 세어야 한다면 D-Day 계산기가 같은 계열의 도구입니다.
정리
- 🔴 1TB = 931GB — 제조사는 1000, 운영체제는 1024로 나눕니다. 둘 다 맞습니다
- 온스는 두 종류 — 무게 28.35g과 액량 29.57mL. 밀도가 다른 재료에서 크게 어긋납니다
- 갤런은 영국이 20% 크고, 계량컵은 한국이 미국보다 40mL 작습니다
- 🔴 온도는
+32가 붙어 비율이 아닙니다 — 20°C의 두 배는 104°F이지 136°F가 아닙니다 - 마하·1년처럼 기준이 숨은 단위는 그 기준을 확인하고 씁니다